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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꽃 필 무렵 외 이효석 단편소설(상)

《메일꽃 필 무렵》하면 이효석 작가, 이효석 작가하면 이 작품 외에는 다른 작품을 읽지도 읽은 적도 없었다. 문단의 평가가 어떻든 이효석의 작품은 나에게 그 시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아래《주리면...》작품의 일부를 읽어 보자. "하나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그는 그 무례하고 비위 틀리는 수작을 마치 남의 일인가시피 다만 물끄러미 바라다볼 따름이요, 대항을 하여 무엇이라고 말 한 마디 못하였다. 그도 그만 한 밸이 없는 바 아니었다마는 배가 짝 들어붙어 힘이라고는 한푼어치 없었던 까닭이다. 꼭 하나 남았던 양복바지를 마저 잡혀 때를 잇자니 그것도 어느결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쨌든 그가 밥맛을 본 것은 사흘 전이었다. 창자는 홀쭉하여지고 피는 다 말라 버린 듯하고 힘이라고는 ..
《메일꽃 필 무렵》하면 이효석 작가, 이효석 작가하면 이 작품 외에는 다른 작품을 읽지도 읽은 적도 없었다.

문단의 평가가 어떻든 이효석의 작품은 나에게 그 시대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아래《주리면...》작품의 일부를 읽어 보자.

"하나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그는 그 무례하고 비위 틀리는 수작을 마치 남의 일인가시피 다만 물끄러미 바라다볼 따름이요, 대항을 하여 무엇이라고 말 한 마디 못하였다. 그도 그만 한 밸이 없는 바 아니었다마는 배가 짝 들어붙어 힘이라고는 한푼어치 없었던 까닭이다. 꼭 하나 남았던 양복바지를 마저 잡혀 때를 잇자니 그것도 어느결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쨌든 그가 밥맛을 본 것은 사흘 전이었다. 창자는 홀쭉하여지고 피는 다 말라 버린 듯하고 힘이라고는 일어날 기맥도 없었다."

현재를 사는 학생들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작든 크든 어려움은 모두가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도 어려웠구나! 오히려 더 참담함이, 더 설움이 있었음을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문단의 평가만으로 작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구성이 변변치 못해 그저그런 글로 다가오고, 그의 짧은 문장 하나를 온전히 읽고서 느낀 어떤 사람에게는 그 어떤 대작과도 비할 바가 되지 못할 만큼 좋은 글이 되기도 한다. 문학은 원래 높고 낮음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하다. 작가와 함께 그 시대를 함께 걸어가 보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풍족하리라.

작품 속에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에는 사진을 첨부하거나 주석을 달았으며, 또한 문장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임의로 글자를 삽입하거나 삭제하였으며,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두었음을 밝히며, 독자들이 편의를 위해 이효석 소설집을 상,하로 나누어 출간한다.
이효석(李孝石, 1907년 ~ 1942년)은 강원 평창(平昌)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가산(可山)이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 재학 당시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동인회 구인회(九人會)에 참여하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1934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가 된 후로는 《산》, 《들》 등 자연과의 공감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1936년에는 이효석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펴냈다. 1938년 이후에는 허무적인 경향의 《장미 병들다》, 동성애를 다룬 장편 《화분(花粉)》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1940년 아내와 둘째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만주를 떠돌다가 결국은 뇌막염으로 36세에 죽음을 맞이했다.

초기에는 사회주의적인 경향과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다수 발표했으며, 모더니스트를 기반으로 한 작품과 불륜과 성을 다루는 대중 소설도 썼다. 다만 《메밀꽃 필 무렵》의 영향으로 향토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로만 알려졌으며 문단으로부터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장편 소설은 이야기를 끌어 가는 능력이 부족해 마지막에 가면 힘이 빠져버린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친구 유진오(소설가면서 정치인이자 법조계 거물)가 문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덕분으로 이상, 김동인, 김유정 등과 함께 문학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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